저녁식사, 자전거 가게와 고양이 life

정말 오랜만의 블로깅, 그리고 서러움

저녁식사:
혼자 저녁을 먹는 일은 늘 있는 일이지만  혼자 또 저녁을 먹었다.
나만을 위해서 요리를 하는 것은 귀찮고 1인분의 식사를 위해 들어가는 재료값이 사먹는 것보다 비싸다는 것쯤은 예전에 깨달아 버렸기에 오늘도 외식을 했다.
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최근에 집 근처에 생긴 순두부식당이 생각나 거기에 갔다. 대부분 모임이나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식탁을 점령하고 있었다. 주인이 나에게 혼자 왔냐고 물었다. (이 순간은 매번 겪는 순간인데도 가끔 뜨끔하곤 한다.-_-;) 그렇다고 하니
저 안쪽에 가서 앉으란다. 큼지막한 테이블이다. 2인용 테이블이 두어개 있긴 했지만 먼저 온 손님들이 차지했고, 입구쪽 가까운 자리는 혼자 와서 신경쓰일테니 안쪽에 앉으라는 아저씨의 배려아닌(-_-;) 배려다.
먼저 온 옆 테이블의 사람들과 주문 경쟁이라도 하듯이 나는 여기요 섞어순두부 하나요. 라고 외쳤다. 조금 뒤 주인아저씨가 와서 주문했냐며 확인을 했다.(너무 지나친 배려도 부담스럽다).
식사는 전투적으로 반찬들만을 바라보면서 했다. 나는 홀에 앉은 거의 모든 손님들을 쳐다볼 수 있는 방향으로 앉았다. 밥을 먹으면서 속으로 계속 말했다. '내가 얼마나 맛난 음식을 챙겨먹기를 좋아하면 혼자 와서 먹겠습니까? 천천히 반찬 하나하나까지 다 먹고 갈테니 신경쓰지 마십시오.'
옆 테이블이 다 먹고 일어났고 새로운 손님들이 가게 안으로 자꾸 들어왔다. 나는 자꾸 기가 죽었지만 물을 부어놓은 돌솥밥의 뚜껑을 열고 누룽지를 오징어 젓갈과 함께 야무지게 먹었다.

자전거:
머 눈에는 머만 보인다고, 온 세상은 자기 관심대로만 돌아간다는 걸 알았지만 요즘 내눈에는 딱 2가지만 보인다.
자전거와 고양이다. 자전거는 이번 봄을 맞이하여 가열차게 타고 있기 때문이고, 고양이는 4월11일에 입양하여 집사가 된지 한달 남짓이기 때문이다.
식당을 나와 옆집에 있는 자전거포에 갔다. 거긴 자전거포라기보다 자전거부품가게였다. 자전거보다 더 비싼 자전거 부품 가게. 매우 뻘쭘했지만 부품들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못이기는 척 하고 가게에 들어섰다.
체리필터의 손스타처럼 생긴 사람이 싹싹하게 인사를 한다. '옆집에서 식사하고 오셨나봐요.' 갑자기 고양이 눈꼽만큼 초라해졌다.
내 손에는 사실 식당의 커피가 들려있었다. 나는 야무지게 식사를 하고 커피까지 뽑아나온 것이다.
모른척해주면 좋으련만,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"자전거 안장은 가격이 얼마예요." 묻는다.
20만원이구요. 헬멧은요? 헬멧도 15만원에서~ 아 비싸네요. 음 비싼건아니고 중고가정도 됩니다. 네 헬멧도 생각한거보다 비싸더라구요.
주말의 격한 라이딩 탓에.(천호대교부터 성산대교까지 왕복 가는데 3시간반 오는데 2시간) 엉덩이와 허벅지는 감각을 잃었다. 그래서 안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. 3만9천원짜리도 있다는 얘기에 그나마 안심하고 사지는 않는다.
잘 봤습니다. 수고하세요. 가게를 나와서 터벅터벅 걸었다. 도로변엔 퇴근길에 술집에 들른 아저씨들 친구들 다 어우러지는 사람들뿐이었다. 나만 캄캄한 밤에 숨겨진 것처럼 혼자였다.

고양이:
수퍼마켓에 들려 버드와이저 두 병을 샀다. 대학생때 친구와 안주없이 많이 마셨던 맥주다.
수퍼마켓입구에는 사료통이 있었다. 그 옆에 고양이 화장실을 고양이가 집으로 삼아 살고 있었다. 하얀 손발을 가진 검정고양이였다. 눈은 호박색. 무섭게 생겼지만 스윽 손일내밀었더니 부비부비 난리다. 내 다리와 발에도 비비고 열심히 핱아준다. 마치 고양이가 내 처량함을 이해하는 것만 같다.
이 동네에 이사온지 반년이 다 되가도록 고양이가 있는 줄 몰랐는데 역시 고양이 집사 눈에는 고양이만 보이나보다.




덧글

  • 망고트리 2011/05/18 21:36 # 답글

    지금 보니;;;; 난 블로깅이 연중행사인가 ㅋㅋㅋ
  • 당고 2011/05/18 22:02 # 답글

    우쭈쭈쭈- 서러웠구나ㅠ
    근데 냥이 아파서 워째ㅠ
    조그만 것이 링겔 맞느라 힘들었겠다. 링겔 맞으니 좀 나아졌어?
  • 망고트리 2011/05/18 22:05 #

    음 링겔이 비싸긴 해도 효과는 있는 것 같아;;; 하루만에 좀 팔팔해져왓으나 여전히 입맛은 없는 듯
  • 2011/05/19 00:43 # 답글 비공개

    비공개 덧글입니다.
  • 망고트리 2011/05/20 17:28 #

    앗 저희 동동군도 검사를 안했기때문에 허피스(로 강력히 의심되는)가 정확한 표현이겠네요.
    그런데 2일 사이에 눈병이 악화되어 눈동자에 이상한 색깔이 덧씌워졌어요. 그래서 또 입원비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내고 치료받고 왔습니다. ㅠㅠ 10분간격으로 안약을 3가지나 넣어줘야 해요.
    그래도 건강하기만을 바랄뿐이죠
댓글 입력 영역